이곳은 나의 씁쓸한 흑역사가 있었던 곳이다.
정확히 말해서 후회할 짓을 한 곳.


"일면식"

나는 양극성 장애 1형이다.
당시 나는 약물 부작용 때문에 올란자핀 복용을 그만둘려고 했고, 교수님도 시도해보라고 하셨다.
약을 복용하지 않으니 들뜬 상태가 되었는데, 당시 나는 병식(병인 상태를 아는 것)이 없었다.
살짝 들뜬 상태 즉, 경조증인 상태로
동생과 동생의 옛 남자친구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바로 이 카페로 왔다.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내 반응이 너무 과도하였다. (미친 놈처럼 정신나간듯이 웃었다)

경조증이든 조증의 상태가 되면 기분이 격해지게 된다. 웃긴 이야기를 하면 과도하게 웃고, 화를 낼만한 상황이면 불같이 화를 낸다.
내가 과도하게 웃는다, 불같이 화를 낸다고 표현하였지만 실제는 글자 이상으로 주변 사람들이 정말 이상하고 비정상적으로 생각할 정도이다.
나중에 동생이 어머니한테 '언니가 좀 이상한 것 같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같이 왔던 동생의 옛 남자친구도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리라..

울증이 자신 안에서 썩어가는 것이라면, 조증은 바깥에서 썩어가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즉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관하여 후회할 짓을 하게 된다. 본인은 정말 기분이 째지지만 말이다.
그리고 화려한 조증이 끝난 이후 말 못할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낀다. 깊은 조증일수록 깊은 울증에 빠지게 된다.
당시에도 경조증이 끝난 이후로 이 카페에서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카페 이름처럼 그때 '일면식'도 없는 사람 앞에서 그런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으니 말이다.
경조증 후 울증이 찾아왔고 내 자신이 너무 미웠다. 하늘이 왜 나에게 이러한 병을 허락하였는가.. 기타 등등.

음료는 '바질 토마토 에이드'를 주문하였다.
당시에도 이 에이드가 이 카페에서 유명하다고 해서 시켰는데, 또 다시 마셔보게 되었다.
확실히 특이한 에이드이다. 사실 난 토마토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토마토의 단 맛이 이렇게 특별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톡 튀는 탄산수에 방울?토마토 3개. 에이드의 토마토 3개를 떠서 먹어보았다. 참 달았다. 방울토마토라고 하기에는 상큼함보단 단맛이 더 났다. 그냥 작은 토마토인가..
바질 또한 음료 전체의 향을 감싸 안았다.
바질과 토마토가 이렇게 독특한 맛을 낼 수 있다니. 맛있다. 기억에 남을 음료다.

카페 분위기 또한 마음에 든다. 창에 블라인드를 쳐서 그런지 살짝 어둡다. 조명 또한 적은 노란색 등이다.
음악 선곡이 훌륭하다. 그래서 무겁다는 느낌이 들지 않다. 가구는 어두운 갈색 테이블과 의자였는데, 단지 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의자가 딱딱해서 오래 앉기에는 불편하다.
그래도 카페의 분위기와는 잘 어울려서 보기 좋다.

리뷰도 많고 유명한 곳이라 주말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말 집중하여 작업을 하고 싶으면 사람이 적은 평일 오전, 오후 2시 이후를 택하는 것이 좋겠다.
흑역사 당시 주말이었는데, 내가 정신나간 사람처럼 웃고 있었던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크게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말에 혼자 와서 책을 읽으려고 하셨던 여성분이 눈살을 찌푸리심..
카페에서 책을 읽고 싶다면 사람이 없는 평일을 택하는 것이 좋다. (아님 도서관 ㄱㄱ)
지금 평일에 와서 글쓰기 작업을 하고 있는데, 분위기가 매우 좋다. 무언가 집중하기 위하여 혼자 오신 분들도 꽤 있다. 작업하기 좋은 카페 리스트를 만든다면 이 카페를 빼놓을 수가 없겠다.

일면식도 없었을 때 흑역사를 만들었던 장소.
이젠 일면식이 있고, 그때에 비해 난 좀더 성장했고, 여유가 생겼다.
불행에 일면식이 생기면 더 이상 다시 조급할 필요가 없다.
일면식
충북 청주시 청원구 덕벌로 43 영빌딩 3층
월~화, 목~일(수요일 정기휴무) / 월,화: 11:00~19:00 / 목~일: 11:0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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