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클래식을 좋아하셨다.
이 카페에 들어오는 순간, 아버지랑 같이 왔다면 할 이야기가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취향으로 넘쳐나는 카페였다.
아버지도 LP판을 모으시고 턴테이블에 올려 음악 감상을 취미로 삼으셨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는 오디오에 푹 빠지셔서 무지 커보이는 스피커를 사신 적도 있었다.
(밑 집 할아버지가 시끄럽다고 무어라 하셨지만..ㅋ)


"오래된 음악"
카페 이름대로 오래된 음악이 흘러나왔다.
들어와보니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장님과 알고 지내는 분들 같았다)


지금은 안 듣고, 지금은 쓰지 않는 오디오, 피아노, 영사기 ...
LP 판도 가득하였다.
음악은 쇼스타코비치가 흘러나왔다.
(지금은 클래식 기타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음악이 틀어져있다)

음료는 '쌍화차'를 주문하였다.
왜 굳이 쌍화차..이냐면
내가 3년 전에 몸이 많이 안 좋은 적이 있는데, 안 좋을 때마다 편의점에 들러서 쌍화탕을 한 병씩 먹곤 하였다.
그래서 쌍화탕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좋아한다.
쌍화차를 파는 카페가 거의 없다. 메뉴에 있어서 궁금하여 주문하였다.
수제 쌍화차라 그런지 일반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파는 병으로 된 쌍화탕과 차원이 달랐다.
약으로 먹는다는 쌍화차라고 치기에는 정말 괜찮았고, 맛있었다.
쌍화차에 견과가 같이 들어있다.
견과를 씹어먹으면 고소해서 더욱 맛이 깊었다.

참 크래커도 주셔서 같이 먹어봄..
음료랑은 어울리지 않지만 카페 분위기와는 묘하게 어울렸다.


나 또한 아버지를 따라 클래식을 좋아하였다.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중 몰다우,
라벨의 볼레로,
사티의 짐노페디,
거슈인의 아메리칸 인 파리, ...
고등학생 때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 현악 4중주를 즐겨 들었을 때즈음,
나는 뇌 소양증, 이어웜에 심하게 시달렸다.
쉽게 말해 머릿속에 음악이 계속 들려서 일상생활을 못하는 것인데,
학업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이것이 환청으로 이어지고, 환시, 조현병 ... 결국 정신과에 처음으로 내원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음악을 즐겨듣지 못하게 되었다.
인상 깊은 음악을 맞이하게 되면 기쁘지만, 한편으론 이 음악과 머릿속에서 하루종일 춤을 추게 되어 아무것도 못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음악은, 여유의 상징이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음악을 받아들이면 스트레스 해소는 될지 모르지만 진정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질 수 없다.
휴직을 하면서 청주에서 하는 공연들을 찾아 볼 생각을 갖고 있다.
1년이면 충분하게 쫓기지 않으니 여유는 있단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음악을 마주해볼까 생각이다.

쌍화차가 참 맛있다.
아버지랑 언제 다시 음악에 대해 이곳에서 여유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왜 아버지가 클래식을 진심으로 좋아하기를 결심하게 되셨는지 여쭈어보고 싶다.
오래된 음악
충북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681
월~일 / 10:00~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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