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우울의 그림자는 길다.
행복과 기쁨은 아이스크림 같아서 금방 사라지지만
슬픔과 우울은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다.
과연 나에게 우울의 끝은 있을까.
사도 바울의 가시처럼 죽을 때까지 끊어지지 않을 구속일까.


"원더러스트"


원더러스트는 독일어로 '방랑자', '여행하고 싶은 욕구'를 뜻이라고 한다.
인생이 여행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여행에 지친 것 같다.
지침을 달래고자, 아니 잊고자 카페의 문을 두드린다.

음료는 '히비스커스 블루베리 에이드'
카페 사장님한테
히비스커스가 무어냐고 여쭈니깐
차의 일종이라고 설명하심.
음료를 시키고 검색을 해보니
히비스커스 차가 무궁화속 식물을 사용해 만든 차라고 한다.
우울증에 효과가 좋다고.
부디 이 에이드를 마시고 우울감이 경감되길 바라며. 한 모금 마셔보았다.
음료 윗부분을 처음 마셨을 때는 아무 맛이 안나서,
빨대를 끝부분에 위치하고 마셔보았다.
블루베리가 빨대를 타고 올라왔고,
처음 먹어보는 히비스커스의 향이 느껴졌다.
블루베리도 붉고, 히비스커스도 붉다.
건강엔 좋을 것 같다.



카페는 무채색 계열이었다.
검정, 회색.
내가 무채색을 좋아하는지라 칙칙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아늑하게 느껴졌다.
어렸을 때부터 검정을 좋아하여 대부분 내가 갖고 있는 물품은 검정색이다.
(지금도 검정 옷, 검정 타자기, 검정 시계, 검정 가방...)
검정은 나를 언제나 차분하게 만든다.
누구는 죽음의 색깔이 아니냐고 하는데,
죽음을 기억할 때 오히려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지지 않던가.

우울감은 시야를 흐리게 만든다.
희미한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나를 정신없게 만든다.
오토텔릭, 자기목적적, 현존주의, 에네르게이아적 인생을 추구하다만
내 정신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 은하에 존재할 때가 많다.
현실로 돌아오고 싶다.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이 무채색 검정 탁자 위의 음료에 집중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이다.
원더러스트
충북 청주시 청원구 직지대로890번길 37 1층 101호
월~일 / 10:00~22:00 (21:30 라스트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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