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에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밤이 길어진다.

"카페레타"

마지막 100번째 카페는 우리 집 바로 앞에 있는 곳으로 갔다. 최후의 보스를 찾아갔더니 음악 없이 정적만 가득하였다. 손님은 하나도 없었고 나이 드신 남자 사장님이 주문을 받으셨다. 나는.. 100곳 중 유일하게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였다. 따뜻하게.

그리고 테이크아웃 잔으로 달라고 하였다. 마지막 커피는 집에서 마시고 싶었다. 이젠 카페가 피곤하게 느껴졌다.
사실 요새 여러 일들이 겹쳐서 힘들었다. 치료가 쉽지 않다. 아니, 세상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았다. 사건은 언제나 터지고 회복탄력성이 약한 나는 깨지고 또 깨진다.

삼천 원짜리 작은 컵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잔을 내려놓고 뚜껑을 열어 천천히 그 검은 음료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냄새가 딱히 기가 막힌 것도 아니고, 마시면 밤이 길어질 각성제..
이걸 마시면 슬픈 밤을 지새워야 한다는 것을 잘 아는데도 난 한 모금 한 모금 식혀가며 마셨다. 각성을 통한 자해랄까. 슬픔에 또 슬픔을 더하고 싶은 그런.

눈물은 밤에 흘리겠지. 커피 물이 정화되어서. 눈물의 원재료는 약간 씁쓸하였다. 저 검은 심연으로 들어가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네 말마따나 도망가고 싶은 거지. 난 진심일 수가 없는 존재니깐.

따뜻한 아메리카노 속에 투명하고 차가운 벽이 느껴진다. 다가가고 싶은 존재. 그렇지만 너무 멀고 더 멀어질 운명이라 이제는 그 벽들이 멀어져만 가는 것 같다. 차가움을 잊어버리라고 아메리카노는 재촉한다. 그만해 좀.

세 번 거푸 들이마셨다. 심장에게 자해를 하듯 마셨다. 가슴은 쿵쾅거릴 것이고 머리에는 각성의 폭죽이 터질 것이다. 그 축제 속에 나는 가라앉고 또 가라앉아 썩어가는 식물들의 늪에 조용히 빠질 것이다.
안녕 친구. 잘 가. 부디 행복해야 해. 정말 부디.
여러 글을 썼는데 이 글이 제일 중2병 걸린 글 같다.
뭐 어차피 이 누추한 블로그에 누가 들어와 이 글을 읽겠는가 싶지만.
......100곳 달성.
카페레타
충북 청주시 청원구 주성로96번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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