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솔직히'라는 단어를 필두로 내세운 대화를 싫어했지. 넌 모든 대화엔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했어. 처음엔 네가 말한 진심이라는 기준이 싫었어. 난 그때 도망갔던 것 같다. 그래서 싫었나 봐. 너에게 진심일 수가 없어서.

"콜로니"
밤새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다. 늦게 일어났고, 이젠 습관적으로 바깥에 나가 카페를 찾았다.

음료는 '레몬에이드'를 주문하였다. 평일 오후 낮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꽉 찼다. 초등학교 앞에 있는 동네카페라고 해서 무시하면 안 된다. 시내에 있는 웬만한 카페보다 정말 잘 꾸몄고, 분위기가 살아있었다.

나처럼 혼자 온 손님들도 있었다. 다들 무언가에 집중하고 계시다.

테이블과 의자가 하나하나가 다 다르다. 획일화되지 않아 훨씬 카페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벽면에는 재밌는 영감을 주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예를 들면 드라이기와 테니스 라켓으로 만든 의자 사진의 포스터가 있고. (호피무늬 부채 포스터도 있음..) 엉뚱한 상상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인상 깊었다.

나무재질의 바닥에 생동감 있는 가구와 인상깊은 포스터. 카운터 또한 병과 잔들이 즐비하게 있고. 음악은 로파이. 대화를 나누거나 작업을 하면 아이디어가 퐁퐁 튀어나올 것 같은 공간이다.
무엇보다 색감이 그러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내 앞에 있는 테이블은 민트색이다. 민트색이라.. 주변과 어울리기 힘들 색인데 워낙 카페 안에 다양한 색감들이 존재해서 그런지 괜찮다. 자칫 잘못하면 정신이 없을 수 있는 카페인데,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분위기라 싫진 않았다.

카페의 이름인 '콜로니'를 검색해보았다. 식민지, 군집을 뜻하기도 하지만 나는 '스페이스 콜로니'라는 단어에 주목하였다. 우주에 건설된 거주지라고 하는데 줄여서 콜로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카페 사장님이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이 지역의 콜로니, 동떨어진 특별한 공간. 그런 컨셉으로 카페를 만든 것이라면 성공하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는 익숙한 동네로부터 공중 부양하듯 확실히 떨어진 기분이 든다.

카페라는 공간 자체가 제3의 공간이라고 하지 않던가. 내가 거주하고 일하는 제1, 2의 공간인 집으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곳은 카페다. 카페는 집과는 차원이 다른 곳이다.
카페들마다 이 카페의 이름처럼 콜로니가 아닐까. 새로운 공간, 새로운 분위기, 그리고 새로운 삶.. 이것을 체험하게 해 준 것이 카페였다.
100곳 가까이 다니면서 휴직동안 오후 낮에 어디에 갈 곳이 있다는 것이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 주었다. 나는 워낙 내향적이고 집콕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카페라는 외적 공간에서 느끼는 오감은 내가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분명 그렇다, 난 살아있음을 느꼈다.

공간이 가져다주는 생동감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카페였다. 지구를 벗어난 우주의 거주지처럼, 이 카페는 집밖에서 벗어난 특별한 거주지였다.
콜로니
충북 청주시 청원구 사뜸로36번길 22 1층 101호
화~일 / 11:00~21:00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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