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순간 조용하였다. 음악이 잔잔하게 깔렸고, 대부분 혼자 온 학생들이 많았다.

"로이 작업실"

대학가 주변의 카페가 이런 느낌이구나를 온몸으로 느꼈다. 다들 노트북이나 태블릿 앞에서 열심히 개인 과제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음료는 '루이보스 티' 따뜻하게 주문하였다. 가격이 꽤 비싸다. 6천 원대. 내 생각엔 자리값을 받는 것 같다.

카페는 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러 장식물들이 있다. 카페 이름이 작업실인 만큼, 공학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다. 잘 모르겠는 옛날 카메라, 잘 모르겠는 기계들... 회색을 베이스로 하였다. 공장에 온 느낌도 살짝 들고.
잘 꾸몄다. 무어랄까 충북대 학생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창의적인 공간인 것 같다. 분위기가 그러하다.
학생이 된 기분이어서 기분이 이상하였다. 딱히 좋다 할 수 있는 기분은 아니었다. 난 학생 때 많이 힘들었던 기억밖에 없어서..
학생 때 열정은 넘쳤었다. 정말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너무 커서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았다.

한의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내가 완벽주의 기질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선생님은 100점을 맞으면 좋지만 굳이 꼭 맞아야 한다고 기준을 세우지 말라고 하셨다. 대신 합격/불합격을 기준으로 삼으라고 하였다.
추천해 주신 책에도 그런 내용이 있었다. 프로젝트가 4개인데 주어진 시간에서 1개를 100점 맞기 위해서 나머지 프로젝트를 내팽겨지느니 4개 모두를 70점 이상의 합격점수를 맞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완벽주의 그 자체는 질병은 아니지만 정신질환에 취약할 수 있는 기질이다. 나는 이 기질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를 많이 해내려고 했고, 실제 그러하였다. 하지만 나를 옭아매는 것 또한 이 기질이었다.

현재 나는 이 기질을 버리기 보다는 좋은 방향으로 승화시키려 하고 있다. 카페 100곳을 목표로 삼는 것도 이 기질을 이용한 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꼭 100곳을 달성해야 한다는 강박은 없다. 달성해도 좋고, 아님 말고다. 70곳 이상 간 것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미 합격인 것이다. 다행이 여유가 있어서 100곳을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달성해도 되고, 아님 말고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도 매우 컸다. 아주 당연한 미덕이라고 생각했고, 이 당연한 미덕은 나를 옥죄고 또 옥죄었다.
나는 학업과 사업을 동시에 시작하였다. 학업을 잘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고, 사업을 잘해야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였다. 둘 다 잘하기 위해 졸음을 없애주는 마법의 물약 커피를 주구장창 마시며 3, 4시간 자고 공부하고 일하였다. 그러다 20대 후반에 쓰러졌지만..
완벽주의와 '잘'해야 한다는 것.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실 그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고 싶은 나의 바람일 뿐이었다. 이상적인 자아가 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그 몸부림의 결과로 정신질환을 얻게 되었고..
내가 비효율을 극혐 하는데 이만큼 비효율적인 사고체계가 있을까. 되지도 않고 이루지도 못할 큰 이상을 두고 미친 듯이 노력하고 결국 안 되면 내 탓이라고 자기혐오에 빠지는..

완벽할 필요 없다. 잘해야 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좋은 기준이 아니다. 자신을 갉아먹는 나쁜 기준이다. 살아보니 좋은 기준은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보람을 느끼고 만족을 하였는가이다. 이건 성경책 전도서에도 나오는 기준이다. 하루하루 내가 얼마나 목표 안에서 즐겼느냐지, 그 목표가 이루어야만 하는 내 삶의 목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카페 100곳 같은 목표는 목적이 아니다. 이루어도 되고 아님 말고의 목표이다. 단지 나는 카페투어를 하면서 나의 취향을 알아가게 되고, 나의 생각을 다져보게 되고, 경영인으로서 가게라는 것에 대해 인사이트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소중하였다. 100곳은 허울이다. 100곳을 이루었다는 이야기만 하기엔 그 안에 있는 과정들이 너무 소중하다. 무시할 수 없다.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심리툰에 보니 제일 중요한 것은 이건 것 같다.
'지금 여기'
지금 내가 이 카페의 공기를 마시고 분위기를 한껏 느끼면서 키보드를 두들겨 글을 쓰는 지금 여기 이 순간. 희미한 과거도 미래도 생각하지 않고 지금 여기, 바로 이 순간이 제일 중요하고, 또 그 순간에 전념하는 나 자신이 만족스럽고 더 나아가 행복하다.

이곳에서 과제를 하는 충북대 학생들도 지금, 여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부모님과 교수를 비롯한 여러 어른들이 희미한 미래를 가리키며 선의 인생을 강조할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선이 아니라 점이다. 당신들이 전념하여 집중하는 지금 이 순간의 점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 점을 찍는 순간순간이 귀중한 것이다. 이것은 그들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지금, 여기가 소중하다. 정말로.
로이작업실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내수동로108번길 47
월~일 / 10: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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