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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카페 81잔 - 커피하우스큐, 삶을 담는 카페

쉬는비거 2025. 9. 18. 21:08



세상의 모든 화살표가 나에게로 쏠리는 기분이 들었었다. 자연스럽게 움츠러들기 시작했고, 교감신경계가 촉진되면서 죽을 것 같이 두려웠다.

그랬던 내가.. 두 달도 되지 않아서 정상으로 돌아왔다. 휴직하고 나서 한 달 즈음부터였다.

 

 

 

 

 


"커피하우스큐"

 

 

 


이곳은 예전에 동생과 함께 일을 하고 점심시간에 갔던 카페다. 오래된 문 손잡이가 싫게 느껴지지 않다. 내부구조가 조금 바뀐 것 같다. 모두 여자 손님.

혼자 오신 분들 나까지 포함해서 4명, 같이 온 손님 3명.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있어 보이는 여자들이었다. (물론 나도 포함) 휴대폰 보면서 하고 싶은 것 하고, 친구와 화상 통화를 하며 안부를 주고받고..

 

 

 

 


나도 여유를 지금 즐기곤 하지만 나의 여유가 누군가의 희생을 토대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무거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잘 쉬어야겠다, 잘 쉬어서 건강해지자, 하고 다짐을 하게 된다.

 

 

 

 

음료는 '블랜딩 녹차'를 주문하였다. 그냥 녹차랑 어떤 점이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상 녹차 맛이 더 진한 것 같다. 녹차의 씁쓸함을 좋아하기 때문에 주문하였다. 보통 말차라테를 메뉴로 넣은 카페가 많은데, 그냥 말차(녹차)만 파는 곳은 생각보다 드물다.

인테리어는 꾸민 듯 안 꾸민 듯이다. 그래서 분위기가 편하다. 의자가 너무 평범하지도 않고, 그럭저럭. 소파도 그럭저럭. 식물도 그럭저럭. 조명도 그럭저럭. 근데 왜 이 그럭저럭이 편안한 기분이 들게 하는지. 신기하다.

 

 

 

 

평일 오후 낮인데도 손님이 꾸준히 들어온다. 좌석이 거의 다 찼다. 이 카페의 지금 내가 느끼는 이상한 매력 때문인가. 겉으로 보기에도 열심히 꾸민 느낌이 거의 없다. 카페 문 손잡이를 보기만 해도 그러하다. 뜯어내고 새로 만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카페에 들어가고 싶다. 이상하다.

 

 

 



음료 받침대가 타일처럼 생겼는데 마음에 든다. 별 것도 아니지만 괜스레 마음에 드네.

 

 

 

 

 

2인 좌석에 앉으려는데 테이블이 치워져 있지 않았다. 사장님이 바빠 보여서 그냥 내가 휴지를 가져다가 음료 자국을 닦았다. 평소 같으면 까탈스럽게 카페의 디테일이 별로네, 기본이 안 지켜지네, 하면서 짜증 내면서 글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한다.

심지어 바닥도 그리 깨끗하지 않다. 음료 자국으로 보이는 것들이 중간중간에 있고 카페를 설립할 때의 본래 그대로 있었던 바닥 같다. 그런데도 그냥 그런가 보다 느낌이 든다. 이상하다.

 

 

 


내가 마음이 느긋해져서 그런 것일까? 어제 한의사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책을 읽으면서 이런 내용이 있었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을 한껏 느끼기보다는 자기 삶에 집중하느라 바쁘다고. 행복하다고 해서 감정의 고양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을 땐 좋은 대로, 짜증 나면 짜증 나는 대로 흘러가는게 정상이라고.

지금 그러하다. 비천에 처하게 되더라도 그냥.. 별로 미련 없이 살 것 같다. 미래에 대해서도 불안하고 싶지 않고 과거에 대해서 우울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앉은자리에 음료 자국이 묻어있고 바닥이 더러워도 별 상관이 없다. 난 지금 마시는 녹차가 맛있고, 지금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글을 쓰는 순간이 좋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이 순간이 나는.. 좋다. 그렇다면 이 상태를 행복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손님들 모두 자기 나름대로의 삶을 이 카페에서 풀어가고 있다. 아주 별 어려움 없이 이 공간, 이 시간이 자연스럽다. 웃고, 떠들고,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에 집중하고. 그냥.. 이게 삶인 것 같다. 보통의 하루. 하지만 나중에 보면 참 좋았던 하루. 그 하루를 난 이 카페에서 보내고 있다.

 


디테일보다 더 중요한 것을 깨달은 것 같다. 결국은 카페라는 공간은 삶을 담는 그릇이다라는 사실을. 테이블과 바닥이 지저분하여도 삶을 담아내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게 느껴진다면.. 그것이 참 괜찮은 카페라고 생각한다.

이 카페는 꽤 괜찮다. 삶을 충분히 담을 수 있다.

 

 


커피하우스큐

충북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131번길 8-2 1층
월~일 / 12:00~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