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층 자리에 앉아본 적은 처음이다. 로망이었는데 허허

"보일러 커피"
봉명동에 위치해 있다. 봉명동에 찾아보면 괜찮은 카페들이 군데군데 있다. 괜찮은 개인 카페들은 대부분 번화가 중심에 있지 않고 안쪽 골목에 있는 경우가 많다. 보물찾기 하듯이 지도를 보며 찾아가는 것도 재미다. 정말 여행 온 기분이다.
아무리 내가 오랫동안 살아본 청주이지만 한겹 한겹 벗겨내 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음을 카페투어를 하며 깨달았다.
큰길 쪽 번화가, 아파트 단지 주변만 돌던 내가 단독주택단지 주변을 도는 경험을 해보게 된 것이다. 생소하지만 골목만의 매력적인 감성을 만나니 찾아갈 때마다 설렌다.
이 카페는 큰길에서 아주 안쪽은 아니다. 한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카페. 그렇지만 내가 봉명동 자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지도앱 화면을 보고 찾아야 했다.

오늘은 예배를 빨리 마치고 오전에 서둘러서 나왔다. 카페를 찾았을 때 제일 눈에 띄었던 것은 카페 앞 큰 창문을 제껴 올린 것이다. 벌레가 들어올 여름 계절은 아니니 괜찮은 것 같다. 확실히 바깥에서 보았을 때 돋보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번씩은 쳐다볼 듯.
카페 앞의 뷰는 그리 좋진 않다. 바로 앞에 주상복합건물의 지하 주차장 출구가 있다.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차를 구경?할 수 있겠다.

음료는 시즌 메뉴라고 하는 '시즌 티'를 주문하였다. 시즌 티는 루이보스에 캐러멜 향을 넣은 것이라고 쓰여있다. 마셔보니 보통 루이보스 티보다 캐러멜이 들어가서 그런지 훨씬 감미롭다. 아, 이거 내 스타일이다 ㅎㅎ. 논 커피 메뉴인데 훌륭하다. 신경을 쓰신 흔적이 느껴진다.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 디저트로 '에그타르트'를 같이 주문하였다. 카페에서 단 거 시키지 않겠노라고 다짐하였지만 항상 그 다짐은 깨진다..
매일 단 것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음을 알지만.. 너무 맛있어 보이는 건 어떡해;; 흑흑
에그타르트는 정말 맛있었다. 크기가 다른 곳보다 1.3~1.5배는 큰 것 같다. 포크가 특이하다. 삼지창이 아니라 육지창이네 ㅎㅎ

한쪽 벽에 오디오 스피커가 크게 두 개가 있다. 스피커가 커서 그런지 음질이 좋게 느껴진다. 선곡도 좋다. 보통의 유명한 팝 음악이 아닌 약간 템포가 느린 발라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크림색 벽 + 나무재질 가구는 카페를 부드럽게 만든다. 유리블럭이 한쪽에 차지하여 심심하지 않다. 1인 좌석 같은 작은 테이블이 벽 한쪽에 2개가 있다. 복층이 있다. 현재 내가 복층에서 글쓰기를 하고 있다. 테이블 높이가 배 쪽이 아닌 허리 높이에 위치해서 화면을 내려다보고 타자를 치고 있다. 아주 불편하진 않다.

소품으로는 복층에 있어서 잘 안 보이지만 아래쪽 좌석에 책들이 몇 권씩 올려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 옆에는 포스터 하나가 붙어있고.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오디오. 과하지 않은 소품들이라 산만하지 않아 좋다.
조명이 예쁘다. 하나하나 모양이 다 다른 것이 포인트. 오전 아침인데도 주황빛 조명 때문인지 늦은 오후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약간은 나른한 감성을 준다.

저 앞의 젊은 아가씨들이 카페 밖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밖에 좌석이 하나 있다. 앉은 모습을 친구가 사진 찍어 주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 올려야지~ 일듯. 실제 카페가 예뻐서 사진을 찍으면 잘 나온다. 내가 복층에서 카페 전체를 내려다보는데 색감이 좋다.
보다시피 젊은 여성 고객들이 좋아할 카페다. 카페 문쪽 창문이 제껴진 자리에서 거리를 구경하며 디저트와 음료를 먹고 마시는 즐거움. 카페는 오감의 경험이다. 젊은 여성들이 보통 특별한 오감과 분위기를 소비하고 싶어 하는 층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고, 공유하고 싶어 한다. 아까 두 분 분명 인스타그램 하실 것 같다. 한껏 예쁘게 꾸미셨던데 카페도 예쁘니 사진이 잘 나왔을 듯싶다 ㅎㅎ.

카페투어를 해보니 젊은 감성 위주를 추구하는 곳, 나이 지긋한 감성을 위주를 추구하는 곳의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다르다. 두 감성 모두를 포괄하는 것은 패스트푸드점 같이 키오스크가 있는 저가의 음료로 공략하는 카페 정도다.
젊은 층을 향한 카페는 나이 드신 분들에게 장벽이 되고, 나이 드신 층을 향한 카페는 젊은이들에게 장벽으로 느껴진다. 내 나이에 이곳에 와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바로 카페에 대한 진입장벽, 거부감이다.
모두에게 열린 카페, 온 가족들과 함께 와도 어색하지 않은 카페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정말 드물고, 카페 사장 입장에서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그런 카페는 카페 사장이 "저희 카페는 모든 연령층을 위한 카페입니다" 하고 꾸며도, 소비자 입장에서 실제 여러 장벽들을 넘어야 가능한 것이다.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차라리 타깃을 좁히는 전략을 대다수 카페가 선택하는 것 같다. 특히 특별한 순간을 소비하고 싶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카페를 자주 보곤 한다.
나도 젊은 층에 속한 편이라, 그런 카페에 갔을 때 자연스럽고 즐겁다. 하지만 만일 내가 어머니랑 같이 카페에 간다면 이런 카페에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카페투어를 하면서 나이 들어서도, 어머니와 함께 부담 없이 갈 수 있을 것 같은 카페를 드물지만 몇 군데를 발견했다.
투어의 큰 소득이었고, 언젠가 정리해서 블로그에서 공유하고자 한다.
보일러커피
충북 청주시 흥덕구 과상미로9번길 22 101호
월~금: 8:00~20:30 / 토~일: 11:00~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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