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과 통화를 했는데 상처를 좀 받았다.
휴직을 하는데 게임을 하는 내가 한심해 보였나 보다. 나는 게임은 예술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특히 언더테일과 같은 인디게임은 보통 소설 이상으로 훌륭한 완성감과 철학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언더테일의 불살루트 엔딩을 보았다고 자랑삼아 이야기를 했는데, 지인은 게임을 하등하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또, 더워서 헬스장을 끊었는데 시설이 낙후되어서 다니다 말았다.(헬스장이 더 더웠다) 그것 가지고서도 나는 당신처럼 생각없이 소비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요새 지출이 많다고 하니 내가 놀러 다니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듯 적당히 놀라고 하였다.
지인은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가 한심하다고 생각하나보다. entp 특유의 자기애가 강한 지인은 언제나 자신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날 가르치려곤 한다. 연장자 입장에서 내가 항상 부족해 보이나 보다.
하지만 그가 그토록 혐오하는 꼰대가 바로 자신인 줄 모른다. 게임이 예술이라고 이해하지 못하는 옛날 사고방식 속 꼰대.. 다른 사람의 입장을 포용하거나 깊게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꼰대.. 거기에다 자신의 말이 당신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고 자위하며 충고처럼 비난하는 꼰대..

"콜온미"
여하튼 그러한 일이 있었다. 사실 오늘 카페에서 원래 디저트를 먹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으니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카페의 문이 어디에 있나 하다가 혹시 저 공중전화가 문???이었다. 네이버 지도에서 공중전화 밀고 들어가면 된다고 해서 밀었더니 정말 카페였다..
지금까지의 카페 중에서 제일 특이하고 신선한 문이었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비밀의 방을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음료는 따뜻한 '캐모마일 티'를, 디저트는 '크로플'을 주문하였다.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고 비싸 보이긴 하지만 이렇게 컨디션이 다운되었을 때는 먹는 게 낫다 판단이 들었다. 점심도 많이 먹지 못하기도 했고.
크로플은 시나몬 가루가 잔뜩 뿌려져 있었고, 옆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두 덩어리가 함께 있었다. '그놈 나쁜 놈!' 하고 씩씩대면서 먹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거다. 폭식만 아니면 좋은 방법이지. 크로플과 아이스크림은 매우 달았고, 도파민이 펑펑 터지는 것 같았다.
'잊어버려 잊어버려!'
굳이 말다툼하면서 싸우고 싶지 않다. 나도 쉬느라 바쁘고, 그도 일하느라 바쁘다. 소모적인 것은 나도 싫고 그도 싫을 것이다.

디저트를 와구와구 입에 집어넣고 캐모마일 티를 한 모금 마셨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따스한 차를 마시니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비밀의 방 같은 카페에서 나빴던 기억들 글로 쏟아내고 달달한 디저트와 따뜻한 차를 마신다. 이보다 더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을까.

카페 문은 매우 특이했지만 그에 비해 내부는 평범하였다. 가구도, 인테리어도 평범. 문이 특이했던 것 반 이상으로만 내부가 특이했다면 인상이 더 깊었을 것 같아 아쉽다. 내부가 넓지가 않아 과감한 인테리어 시도를 하지 못한 것 아닐까 싶다.
요새 단 것들을 계속 먹으니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받을까 걱정이 된다. 지금은 기분이 좋지 않아서 먹었지만 다음부터는 디저트를 최대한으로 줄여야겠다. 캐모마일 티를 마셔도 크로플의 단맛이 강해서 쉽게 가셔지지가 않는다.

침 치료를 받아서 그런지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생각을 다시 정리해 보니 그렇게 화낼 것은 아니었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니깐. 그리고 나라도 나보다 그렇게 어린 사람 보면 미숙하다고 생각할 것이 당연할 거고. 물론 어린 사람에게도 존경할만한 구석이 있으면 존경할 줄 아는 성인군자와 같은 어른이면 좋겠지만 거의 다들 그렇지 못하니깐. 어리면 미숙하다.. 그렇게 여기지 보통.

하지만 그래도 속이 상한 것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그냥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도록 신경을 꺼야지 좀 나을 듯싶다. 또 그렇지만 참 가까운 사람이라서 상처가 더 심한 것 같다. 에이씨 지금 또 생각하니깐 눈시울이 붉어지네. 난 그 사람을 존중하고, 존경하는데... 그는 날 지배하려 하는 것 같다, 자신이 대단하다는 것을 나로부터 느끼려 하는 것 같다... 그건 싫다. 나이가 어리다고 깔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만 생각하자. 크로플도 와구와구 먹었는데 카페에서 궁상떨면 안 되지. 카페에서 울어보는 건 처음이네. 크로플 도파민 비싸게 주고 냠냠 먹었는데..
진짜 그만 생각하자.
콜온미
충북 청주시 흥덕구 풍산로33번길 43 1층
화~토(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12:00~23:00 / 일: 12:0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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