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량이 되니 오전에 잠을 자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잠을 자는 것까지는 좋은데 과거 속 트라우마가 펼쳐지는 악몽을 꾸어 힘들었다. 오전에 자는 내 한심함과 악몽으로 인한 심란함 때문에 기분이 좋지 못하였다.
좋지 못한 기분이기에, 쇼핑몰에 있는 카페에 가면서 눈요기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는 것이 낫겠단 생각이 들었다.


"클로리스(청주지웰시티점)"
클로리스가 무슨 뜻일까 검색을 해본 결과,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꽃과 봄의 신이라고 한다.

카페는 지웰시티몰 지하 1층에 있었다. 이제 막 피려고 하는 연두색 잎들의 식물(조화이겠지)이 앞에서 맞이하였다.
밝은 갈색 가구들이 잘 어울렸다. 음악은 경쾌한 팝송이었다.
쇼핑을 하다가 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괜찮은 휴식처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일 오후 낮이어서 사람들이 아주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쇼핑몰에 위치한 곳이라 사람들이 음료를 시키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음료는 '애플 라즈베리 에이드'를 주문하였다. 시즌 메뉴라고 소개되어 있었고, 처음 보는 메뉴라 주문하였다. 가격이 좀 비싼 편이다. 7,000원대. 아마 쇼핑몰에 위치해서 임대료가 비싸 가격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카페를 전전하다 보니 철 지난 크리스마스트리를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여기도 트리가 위치해 있다. 트리가 있으면 분위기가 부드러워진다. 좋은 소품이다.
음료는 말 그대로 사과와 라즈베리 향이 함께 느껴졌다. 사과가 담긴 티백인 것 같고, 라즈베리가 5알 정도 띄워져 있다. 상큼한 것이 심하지 않고, 베리 특유의 단 맛이 느껴져서 좋았다. 하지만 7,000원 대 가격은 비싸게 느껴진다. 쇼핑몰에 위치해 있으니 그러려니 해야지..

옆에는 스파오 매장이 있었고, 그 매장에서는 빠른 비트의 음악이 틀어져 있었다. 카페의 음악과 겹쳐 들려서 정신이 없었다. 이것도 쇼핑몰에 위치해있으니 그러려니 해야지..
사실 차라리 이런 정신없는 분위기에 있고 싶었다. 주위가 시끄러우면 머릿속에 피어오르는 불안이 잊히지 않을까 싶었다.
어머니는 나에게 우울할 때는 시장에 가보라는 조언을 하셨다. 정신없이 살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속에서만 숨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우울해하는 나와 비교하게 된다나.
현재 매주 만나는 의사 선생님도 내가 워낙 축 처져있는 유형이니 액티브한 것을 시도하라고 조언하셨다.
이해가 가는 조언들이고 지금 내가 이렇게 시도를 하고는 있다. 그렇지만 다시 정반대 분위기의 조용한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내 마음이 오히려 더 심란해질 것 같다. 허탈하다고나 할까.

소비를 하면 들뜨다. 욜로, 탕진잼이라는 단어도 있지 않은가. 그런 분위기 안에 있는 카페다. 들떠있고, 즐겁다. 그렇기에 높은 음료값을 주는 것이 오히려 내가 이 시공간에 대접받는 느낌을 받는다.
봄과 같은 느낌의 카페가 들뜬 마음으로 소비를 함께 한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허락한다. 음료를 마신다, 디저트를 마신다. 정신없기에 더 좋다. 잊어버린다.
나는 소비는 아이스크림과 같다고 생각한다. 입가에 갔다 대고 맛본 순간 도파민이 분비된다, 행복하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은 그새 녹는다. 오랜 여운은 없다. 깊은 기억도 없다. 그저 그때의 달콤함뿐이다.

카페의 분위기, 음료는 나쁘지 않았다. 단지 이곳의 위치가 카페의 분위기를 좌우했다는 점이 아쉽다. 그런 영향에 의한 높은 음료값도.
불안한 마음이 잊히기보다는 정신없는 분위기에 내 마음도 정신없어지는 느낌이었다. 카페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곳에 오기 전 내 마음의 위상이 문제였다. 카페의 위치가 문제였던 것처럼.
클로리스
충북 청주시 흥덕구 대농로 47-1 지웰시티2몰 B1
월~일 / 월~금: 11:00~22:30 / 토~일: 10:30~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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