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맞은편에 조금만 가면 카페가 또 있다.

"인어빗"

이곳은 케이크 전문점이다. 웬만하면 케이크 한 조각 주문해 볼까 생각해 보았으나, 한 조각이 왜 이리 크던지.. 엄두가 나지 않아서 주문하지 못하였다.
음료는 '메리골드'라는 차를 주문하였다. 사장님께 여쭈어보니 꽃으로 만든 차인데 눈에 좋다고 한다. 내가 화면을 보거나 책을 많이 보기 때문에 눈건강에 신경을 쓴다. 카페투어를 하기 전에는 집에서 하루 한 잔 이상은 눈에 좋다는 결명자 차를 마셨다. 안구건조증엔 비타민A와 오메가3가 좋다고 해서 꼬박꼬박 챙기고 있고. 루테인도 먹는다.

여하튼 기대를 하며 메리골드를 주문. 차가 어느정도 식기를 기다리며 검색을 해보니 메리골드는 꽃 이름이다.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마는 행복'이라고 한다.
어제 라디오에서 생각지도 모르게 가을이 찾아왔다고 하면서, 우리의 꿈과 원함도 예상치 못하게 결국은 오고야 말 것이다라고 하는 희망찬 멘트를 들었다.
나도 7월말 휴직을 했을 때만 해도 정신적으로 매우 위태롭고 불안하였다. 하지만 한 달 반이 지나고 나서 보니 처음 때보다 회복이 정말 많이 되었음을 느낀다. 지금처럼 카페투어에 집중을 하며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삶을 채우다 보니 삶이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시 일터로 돌아가면 생계를 위해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문한 메리골드의 꽃말처럼, 어두운 날 이후엔 반드시 밝은 날이, 추운 겨울날 이후엔 반드시 따뜻한 봄날이 올 것임을 믿으니깐. 휴직을 통해서 불행 끝에는 행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것 같다.
메리골드 차를 한 모금 마셔보니 맛이 괜찮다. 끝맛이 약간 고소하고 독특한 향이 느껴진다. 마음에 들었다.

카페는 블라인드를 쳐서 그런지 어두웠다. 어두운 곳의 노란색 조명. 진갈색의 나무 테이블과 의자. 벽도 가구와 같은 진갈색의 나무로 되어있다. 진갈색 가구를 만나게 되면 갈색이 진한만큼 이곳에서 느낄 감정도 진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케이크까지 차와 곁들어서 먹으면 더욱 느낌이 진할 것 같다.

테이블에 카페 이름인 인어빗이라고 쓰여져 있는 수첩이 검정 연필과 함께 하나씩 있다.
손님들이 수첩에 방명록처럼 무언가를 적은 흔적들이 있다. 누구누구 왔다감부터 해서 오목게임을 한 것도 보인다. 수첩만 갔다 놓은 것인데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좋은 아이디어다.

음악도 발라드 풍의 음악이었다. 낮게 둥둥 거리는 선율은 진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만일 카페가 대화 분위기를 내세우지 않고 글쓰기/독서/노트북 작업 분위기를 내세웠다면? 이를 위해 가구의 형태를 바꾸었다 하더라도 그 나름대로 훌륭할 것 같다. 그만큼 집중하기에도 좋은 분위기다.
혼자 온 사람은 나 뿐이었다. 다들 친구, 남녀커플들이 많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자리가 거의 꽉 차려고 한다. 내가 혼자 왔는데 4인 좌석을 차지해서 미안하였다. 혼자 온 사람의 서러움. 저기 2인 좌석이 하나 있긴 한데 의자와 테이블이 높은 좌석이어서.. 결국은 어떤 커플이 그 자리를 차지함. 음료도 거의 다 마셨으니 자리를 빨리 떠야겠다.

일행이 있다면 케이크를 분명 주문했을 것이다. 달콤한 케이크에 차를 곁들며 이곳 분위기를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서 함께 한 사람과 나눈 대화는 정말 인상 깊을 것 같다.
인어빗
충북 청주시 청원구 중앙로 123 1층
화~일 / 12:00~22:00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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